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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그림으로 읽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by 0F 2020. 12. 25.

 

푸생 - 봄

 

봄, 사랑의 시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시간은 만물이 생동하는 봄에 시작되어 쓸쓸한 겨울로 끝을 맺는데, 이는 가슴 뛰는 설렘으로 시작되어 차가운 죽음으로 끝나 버리는 베르테르의 사랑과 그 궤를 같이 한다. 풍요로운 봄의 풍경 속에서 '전능하신 창조주의 현존을 느끼게 된다'는 베르테르의 고백은 하늘을 날며 에덴동산을 굽어보는 신, 다채로운 봄의 풍경, 아름다운 연인 아담과 하와를 담은 17세기 프랑스 화가 푸생의 <봄>과 닮아 있다.

 

 

부셰 - 어느 여름의 전원 풍경

 

 

여름, 충만한 사랑

 

생동하는 봄의 풍경 속에서 설레던 베르테르의 가슴은 로테를 만난 후 사랑의 열정에 사로잡혀 요동치기 시작한다. 이러한 감정의 흐름은 우렁찬 천둥소리와 함께 쏟아지는 소나기를 동반하며 '여름'으로 이어진다. 격정의 계절 여름, 베르테르와 로테의 사랑은 깊어만 간다. 

 

 

존 에버렛 밀레이 - 가을 낙엽 (선정작)

 

 

가을, 사랑이 지다

 

"자연이 가을로 기울어 가듯, 내 주위의 모든 사물도 완연히 가을색으로 물들었다." 봄날 따뜻한 햇살처럼 빛나던 베르테르의 사랑은 여름날의 충만함을 지나, 푸르름을 잃은 낙엽처럼 그 빛을 잃어 가고 있다. 로테와 함께였던 추억의 장소는 더 이상 그때의 그곳이 아니다.

 

 

프리드리히 - 겨울 풍경 (선정작)

 

 

겨울, 죽음의 그늘이 드리워지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숨을 죽이는 계절, 겨울이 찾아오고 베르테르의 사랑에도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커다란 보리수들은 잎이 다 떨어진 채 밤새 내린 서리에 덮여 있었으며, 교회 구내 묘지의 낮은 담 너머 둥그렇게 우거진 아름다운 산울타리는 잎이 떨어져 가지만 앙상했고, 그 틈새로 눈 덮인 묘석들만이 보였습니다."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 - 아침 햇살의 순환

 

아침, 설레는 가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는 계절의 변화와 같이 하루의 시간 변화 또한 베르테르의 사랑, 심리와 궤를 같이 한다. 눈부신 태양이 돋는 '아침'은 사랑으로 충만한 시간, 행복을 상징한다. 로테와 처음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베르테르는 황홀한 일출 광경에 감탄하고, 태양이 찬란하게 비치는 아침이면 부푼 가슴으로 외친다. "그녀를 만나야지!" 

 

 

프리드리히 - 저녁

 

 

저녁, 이별의 시간

 

아침이 사랑을 느끼는 빛의 시간이라면, 해가 저무는 저녁 무렵은 로테와의 이별을 상징하는 어둠의 시간이다. 우울한 저녁 풍경은 알베르트와 함께 있는 로테에게서 느끼는 베르테르의 고립감을 여실히 보여준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요한 볼프강 폰 괴테/송소민 (서해클래식,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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