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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담

강화길 《화이트 호스》

by 0F 2021. 1. 8.

수록작 <음복 飮福>
수록작 <화이트 호스 White Horse>


2020 제 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우연히 <음복>을 추천 받았었다. 대상작이긴 하지만 당시에 나는 읽어보지 않았던 터. 설명으로만 이해하기에는 난해한 듯 보이기도 했고 강화길 작가의 작품은 초면이었다.

왜 <음복>의 설명을 들었을 때 난해하다고 생각했는지 이제는 알겠다. 답답했다. 라는 평이었다. 늘 짧고 강렬한 한줄평으로 나에게 책의 인상을 결정하는 친구이다. <음복>은 주인공이자 화자가 모르는 것을 독자도 모른다.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 화자와 함께 깨달아 가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그런 플롯은 답답함과 동시에 그것이 해소되면서 오는 놀라움이 있다. 그렇기에 <음복>이라는 이야기의 형식적 흐름을 해치지 않으면서 그 내용을 전달하기란 쉽지 않다. 듣는 사람도 읽었던 사람처럼 답답한 것이다. 그리고 작가의 정확한 표현을 장황하게 설명하지도, 전부 기억하지도 못하기에 그만큼의 쾌감을 주기도 힘들다. 한 마디로 직접 읽어야 한다.

<음복>보다 <화이트 호스>에 더 마음이 갔다. 이런 적은 또 처음이다. 표제작에 나름의 의미가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제사, 가족 문제만큼 나를 자극시키는 주제는 흔하지 않다. 테일러 스위프트에 컨트리 음악, 작가까지 늘 그렇듯 현실인지 상상인지 분간이 안 갔다. 내가 자주 하는 터무니 없는 망상이기도 하고. 테일러의 가사를 번역한 한글을 읽는데도 그의 말투가 느껴졌다. 다독이는 듯, 넌지시 경고하는 듯. 스스로를 '박완서 키드'라고 고백할 줄 아는 강화길은, 사람들에게 사실을 털어놓지 않는 소설 속 와는 결이 달랐다. 어딘가 같은 지점이 있을지라도 그와는 다르게 표현할 줄 안다는 것이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화이스 호스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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