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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담

이미예 <달러구트 꿈 백화점>

by 0F 2021. 1. 16.


2021년 영광의 첫 베스트셀러는 다름 아닌 꿈과 관련된 소설이었다. 그것은 코로나 유행으로 인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수학 분야도 아니었고, 두터운 팬층을 지닌 작가의 신작도 아니었다. 그저 사람들은 꿈에 꽂힌 것이다. 마치 나처럼. 나는 왜 자연스럽게 꿈을 dream이라고 생각했을까. 소설에서처럼 영어로 바꿔도 같은 소리를 내기 때문에 그 이중적 의미를 표현할 수가 없다. 잘 때 꾸는 꿈 말이다. 새해에 쓴 글 중에서 생생히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 꿈을 꾸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스스로 쓰면서도 뭐 이런 소망이 다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악몽에 시달릴 바에는 아무 것도 없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 책을 자기 전에 읽었다. 그리고 잠에서 깬 직후에도 읽었다.

우리가 몸소 겪어 알고 있지만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꿈의 속성, 그 속에서 찾을 수 있는 현재의 의미를 담았다. 꿈에서는 개연성 없는 이야기가 무작위로 연결되지만 꿈을 꾸는 나 자신은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그러한 꿈의 특징을 알고 있다는 듯이.

사물마다 지닌 물성이 있다. 스마트폰은 나에게 해로운 아침과 저녁을 선사해줄 것 같은 기이한 물성을 지닌다. 적어도 내가 판단하기엔. 그래서 눈을 감기 전과 눈을 뜬 직후에 휴대폰을 만지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e북을 읽으면서 그 습관도 많이 바뀌었지만. 어쨌든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 나는 밤낮으로 이불 속에서 휴대폰을 들었다. 그것은 이상하게도 기분 나쁘지 않은 '설렘 1병' 이었다.

말쑥하게 차려입고 정해 놓은 시간에 맞춰 작은 것을 성취한다는 느낌이 얼마나 행복했을까.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이야기가 왜 스피도의 일상적인 하루로 마무리되었는지 알 것만 같다.

너무나 담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지만 편안한 아침과 밤을 위해 흘려보낸 말들을 아쉬워하지 않겠다. 나에게는 대신 얻은 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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