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PIK HIGH - BORN HATER 에 등장한 화가

by 0F 2020. 7. 11.

EPIK HIGH - BORN HATER (ft. Beenzino, Verbal Jint, B.I, MINO, BOBBY)

 

에픽하이의 본헤이터는 빈지노, 버벌진트, 비아이, 송민호, 바비가 참여했으며 2014년에 엄청난 히트를 쳤다.

 


 

 

[가사의 일부]

 

I'm a born hater. Dali, van, picasso?
난 벨라스케스, 밀레, 엘 fuckin' 그레코

 

 

타블로의 도입부 파트이다.

 

우선 첫 번째 줄,

Dali, van, picasso?

이 세 화가의 나열이 익숙하다면 다음 노래 때문일 것이다.

 

Beenzino - Dali van Picasso

 

이 영상의 더보기란에 가사도 있으니 함께 노래를 들어보면 좋을 듯하다.

 


 

간단하게 세 화가를 먼저 소개하려 한다.

 

 

기억의 지속 - 달리
해변에 나타난 얼굴과 과일 그릇의 환영 - 달리

 

 

1. 살바도르 달리

 

달리의 가장 유명한 작품은 기억의 지속이다. 작품만큼 달리의 얼굴을 익숙하다 여기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렇게 긴 수염과 우스꽝스러운 듯한 표정을 가진 달리는 초현실주의의 대표 화가라고 할 수 있다. 편집증적 성향*을 가진 달리는 자신의 병적인 증세를 활용하여 그림을 그리기도 했고 독특한 표현과 별난 성격으로 20세기 최고의 관종이라 불리기도 한다.

 

*편집증: 모든 사물이나 현상에 의중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병

 

 

 

 

별이 빛나는 밤에 - 고흐

 

 

2. 빈센트 반 고흐

 

후기 인상주의의 대표 화가 고흐, 빈지노의 노래에서는 특이하게도 고흐의 미들네임을 사용했다. 그래도 워낙 유명한 작가이다 보니 금방 알 수 있지만. 또 가사에도 나온다.

 

[가사의 일부]

 

반 고흐의 달이 보이는 밤

나는 물감을 고르듯 단어를 골라

오늘 밤 어떤 게 나올진 나도 잘 몰라

일단은 시작해 볼게 with a bottle of wine

 

달이 보이는 밤은 고흐의 대표작 별이 빛나는 밤에를 보며 떠올린 가사가 아닐까 싶다.

 

 

우는 여인 - 피카소

 

 

3. 파블로 피카소

 

[가사의 일부]

 

얼굴은 빨갛고 온몸엔 피가 돌아

술에 취한 내 코의 모양은

피카소가 그린 그림처럼 삐뚤어졌을진 몰라도

결국엔 이런 게 돈이 될지 몰라

 

 

피카소 - 아비뇽의 처녀들

 

 

피카소가 없었다면 우리는 입체파의 작품을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피카소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면 다음 글을 참고해주세요.

https://www.pablopicasso.org/

 

 

이렇게 빈지노의 노래 Dali van Picasso를 통해 세 화가를 간단히 알아보았다. 이제 Born Hater에서 타블로가 사용한 화가를 알아보고 어떤 의미로 그 표현을 사용했는지도 고민해보자.

 


 

[가사의 일부]

 

I'm a born hater. Dali, van, picasso?
난 벨라스케스, 밀레, 엘 fuckin' 그레코

 


 

"빈지노는 달리, 반, 피카소를 통해 자신을 표현했다면

나는 벨라스케스, 밀레, 엘 그레코야."

 

 

왜 하필 벨라스케스, 밀레, 엘 그레코냐?

세 화가는 각각 앞서 살펴본, 빈지노가 언급한 달리, 반, 피카소의 스승격 인물이며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러니까 벨라스케스는 달리의, 밀레는 반의, 그레코는 피카소의 동경의 대상이었다. 자신이 한 수 위라는 것을 보여주는 센스있는 가사가 아닐까 추측해본다.

 

그렇다면 벨라스케스, 밀레, 엘 그레코의 대표작을 각각 살펴보며 달리, 반, 피카소는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알아보겠다.

 

 

 

시녀들 - 벨라스케스

 

 

1. 디에고 벨라스케스

 

 

바로크시대의 작품답게 음영의 대비가 뚜렷한 작품이다. 또 이 그림의 주인공이 누구인가에 대한 논란이 일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에 관한 이야기

https://1ofmm.tistory.com/7

 

 

 

제비의 꼬리 - 달리

 

 

달리는 벨라스케스를 존경했으며 그의 생애 마지막 작품에 그가 동경했던 미켈란젤로, 벨라스케스 등의 작품을 번안하기도 했다.

 

타블로가 가사를 잘 썼다는 생각을 여기서 해 본 것이 미켈란젤로, 밀레, 엘 fuckin 그레코라고 했으면 좀 이상하지 않았을까? 발음도 쉽지 않은 것 같다. 그저 웃긴 상상이지만,

 

달리는 마지막 회화 작품으로 '재앙 시리즈'를 그렸다. 마치 모네가 수련 연작을 그리며 생을 마감한 것처럼 말이다. 그 중 한 작품이 바로 제비의 꼬리인데 가운데 떡하니 보이는 수염은 아까 봤듯 달리의 트레이드 마크 아닌가?

 

 

시녀들 - 벨라스케스

 

 

이 작품에 보이는 맨 왼쪽에 서 있는 남자, 벨라스케스이다. 달리는 여기서 영감을 받아 자신의 수염을 기르기 시작한다.

 

 

 

 

왼쪽은 벨라스케스, 오른쪽은 달리의 작품이다.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를 소재로 한 그림은 많지만 달리의 작품은 벨라스케스의 그림에 대한 존경의 의미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이삭 줍는 여인들 - 밀레

 

 

2. 장 프랑수아 밀레

 

농부의 화가라고도 불리는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은 밀레만큼 어쩌면 그보다 유명하다. 반 고흐 역시 밀레를 존경했다. 고흐는 자신의 작품 역시 레플리카* 그리는 것을 좋아했으며, 일본의 우키요에*를 모사하기도 하고, 다른 화가의 작품도, 가령 밀레, 많이 참고를 했다.

 

*레플리카를 많이 그린 고흐

https://1ofmm.tistory.com/1

*우키요에가 프랑스 화가에게 미친 영향

https://1ofmm.tistory.com/21

 

 

 

 

 

 

왼쪽은 밀레, 오른쪽은 고흐의 씨 뿌리는 사람이다.

고흐는 어떤 소재이든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하는 화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 역시도 타블로가 가사를 참 잘 썼다는 생각을 한 것이 고흐가 고갱을 매우 좋아한 것이 밀레를 존경했던 것보다 유명한데 벨라스케스, 고갱, 엘 fuckin' 그레코도 좀 웃기긴 하다. 물론 앞선 화가들이 우상으로 삼는 대상을 나열하는 것이니 밀레가 훨씬 적절하기는 하다만 음악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도 밀레가 잘 어울린다.

 

*고갱에 대한 이야기는 고흐의 레플리카 관련 참고글에 잠깐 등장한다.

 

 

 

아, 그리고 고갱의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아까 빈지노의 노래 가사에 이런 구절도 있더라.


여름 밤하늘에 부서진 내 목소린

붉은 색 와인처럼 몽롱해

폴 고갱이 화폭에 옮긴 타히티처럼

내 심장도 뜨겁네


고갱이 원시적인 것을 동경하고 타히티로 가 그림을 그렸던 사실을 담은 가사이다.

이 내용은 다음에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3. 엘 그레코

 

 

최후의 만찬,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 뻔한 주제를 절대 뻔하지 않게 표현하는 화가 엘 그레코. 아마 앞선 두 화가보다는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엘 그레코는 서양 미술사에서 독특한 개성을 가진 인물로 여겨진다.

 

앞선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와 비교했을 때 그만의 개성이 느껴지는가?

 

사실 피카소는 엘 그레코만이 아니라 앞서 본 벨라스케스도 동경했다. 벨라스케스는 또 엘 그레코를 존경했다고 하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샤갈의 자서전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훌륭한 사람들끼리 모임을 만들어 역사를 형성한 이야기는 들을 때마다 다른 세계인 듯하며 놀랍다. 나는 피카소와 그레코, 벨라스케스 모두 좋아하는데 그 피카소는 벨라스케스를 좋아했고 벨라스케스는 또 그레코를 좋아했다니? 이런 느낌이다. 또 엘 그레코는 미켈란젤로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참, 타블로가 미켈란젤로를 가사에 안 넣은 것은 큰 실수였던 것인가, 겸손인가, 재밌다.

 

 

 

 

 

사실 화가들은 많은 화가들의 영향을 받고 또 다시 많은 화가들에게 영향을 준다.

 

그리고 화가의 성격에 따라 좋아하는 작가의 그림을 많이 모사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피카소는 당대 입체파라는 새로운 유파를 이끌어나가는 신예였기 때문에 큐비스트로서의 스타일을 구축하려는 노력을 훨씬 많이 했다. 그리고 피카소는 아주 많은 화가의 작품을 좋아했기 때문에 한 화가의 작품의 영향을 두드러지게 받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보다 훨 이전의 피카소가 젊었을 시기는 엘 그레코의 영향이 꽤 작품에 드러난다. 그가 개인적으로 어두웠던 시기를 청색시기라고 부르는데 위 작품들이 그가 청색의 시대에 그린 것이다.

 

 

 

 

피카소가 청색시기에 그린 작품은

길어진 얼굴, 손 등의 부위, 색채 등의 부분에서 엘 그레코의 영향이 드러난다고 분석한다.

 

 

 

 

모두 엘 그레코의 작품이다. 그레코는 프로테스탄스에 맞서 가톨릭을 지켜려고 했기 때문에 암흑기인 중세 종교화의 무거운 느낌이나 영성의 울림, 일관된 색채가 언뜻 보인다. 하지만 자신만의 강한 개성이 여과없이 드러나기도 하는데 특히 긴 얼굴과 손은 간편하게 그의 묘사를 알아차리게 한다.

 

 

타히티의 여인들 - 폴 고갱

 

 

달리, 반 고흐, 피카소는 전부 20세기 모더니즘 화가이다. 그에 비해 벨라스케스, 밀레, 엘 그레코는 조금 더 앞선 시대의 화가이다. 다양한 화풍이 발생하고 급변하는 모더니즘 시대에 과거를 공부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젊은 화가들의 태도는 틀림없이 멋지고 대단하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Richard Clayderman  (0) 2020.12.24
Humoresque  (0) 2020.10.17
F. Schubert : Der Erlkonig  (0) 2020.09.10
Schumann : Träumerei  (0) 2020.09.08
Queen의 Bohemian Rhapsody로 확인하는 예술  (0) 2020.08.07

댓글